[하지원의 환경톡톡 14] 공해 없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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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10:41
- 조회수 : 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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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환경이야기
Stories we should not miss Interesting environmental facts we should know
사람의 마음을 얻는 선거는 언제쯤 가능할까.
6층의 사무실에서 선거유세 목소리와 선거송이 번갈아가며 크게 들린다. 너무 소리를 질러서인지 목소리도 쉬어 불쌍할 지경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존경하는 여러분! 이런 사람이 반/듯/이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후보를 선택할 사람이 있을까? 길거리에 무수히 걸린 플랜카드와 벽보를 보고 마음을 결정할 사람이 있을까? 선거운동은 유권자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유권자가 싫어하는 이 행태는 왜 계속되는 것일까.
어떤 행위를 할 때는 목적이 있다. 특히나 비용이 많이 들어갈 때는 더더욱 꼼꼼히 챙긴다. 그런데 선거는 어떠한가? 그 목적에 맞는 방법론을 택하고 있는 것일까? 그 목적에 맞는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일까? 19대 대선의 선거관리 등을 위해 정부는 약 2천억 원 정도를 지출하고, 후보는 선거운동을 위해 1인당 약 500억 원의 비용을 쓸 수 있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선거할 때 흔히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선거에 2등은 없고, 1등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1등이 되기 위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도 많다. 그리고 어떤 것은 불합리하지만 합법적이고, 어떤 것은 불합리하지만 제재하기 어렵기도 하다.
반대로 우리는 강조한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자녀들에게 교육하고, 그러한 사회로 성장하길 바란다. 과정이 올바르고 정의로워야, 올바르고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과정을 보자. 국민들은 지정되지 않은 곳에 현수막을 달면 불법이다. 벽보도 아무데나 붙일 수 없다. 그런데 선거기간에는 그 불법이 합법이 된다. 민원이 가장 빗발치는 선거운동의 소음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일반 집회는 지역에 따라 소음 기준치가 주간 65~75데시빌(dB)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나 확성기를 통한 선거유세나 로고송은 항공기소음수준인 100데시빌(dB)을 넘지만 제재할 법이 없다. 지역별 경찰청에서 접수한 선거관련 민원을 보면 소음공해가 압도적 1위이며, 65~70%이상 차지한다. 현재 확성기는 오전 7시~밤 10시까지, 휴대용 확성기는 오전 6시~밤 11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선거운동의 중요한 기능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를 교육시키고, 관심을 고조시켜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투표하도록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과거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던 시기엔 벽보와 현수막이 중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벽보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그 내용을 구전하던 조선시대가 아니다. 대량 문자메시지나 녹음된 후보의 음성메시지를 끝까지 듣거나 칭찬할 유권자도 있기 어렵다. 현수막, 벽보, 각종 공보물, 선거운동원 옷과 띠 등 자원낭비와 버려질 쓰레기에 대한 걱정도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선거가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그 방법론엔 큰 변화가 없다. 공해 선거의 불편과 불만이 늘어날수록 선거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고, 그 돈은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메디치 가문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350년간이나 세상을 지배했을까.
「메디치 가문은 당대에 세계 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세상을 호령한 통치자들을 배출했으며, 르네상스 시대를 개막시킴으로써 가문의 위대함을 천하에 알렸다. 메디치 가문이 인류 문화사에 남을 이런 찬란한 업적을 낳게 된 것은 그들이 부자여서나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가문의 역사가 이어졌던 346년 동안 사람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이 사람의 마음을 얻었을 때, 사업은 번창했고, 예술은 극단의 미를 표현했으며, 이탈리아의 난세는 평정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사실을 메디치 가문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김상근, 2011).」
모든 정당과 정치인은 오랜 기간 정권이 유지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하는 유권자의 마음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젠 선거운동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힘쓰지 말고, 어떤 방법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적어도 국민은 '여러 공해를 일으키는 비환경적인 선거운동은 원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칙만 기억해도 반은 성공이다! 정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세상이 변화하려면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지금처럼 시각공해, 소음공해, 쓰레기공해 등의 환경공해가 가득한 선거로는 절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짜 세상이 변하는 정치를 꿈꾼다면 공해부터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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